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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전시소식

연당 지은숙 개인전

2012년 10월17일 - 10월 23일

인사동 공아트스페이스

 

 

 

 

 

 

-硏堂逸墨 緖-

揚州八怪 靜穆瀟灑하면서 縱逸 棄放하다.

權昌倫

 

글씨에 ‘老小’는 深淺으로 구별된다. 형세는 다르나 이치는 동체다. 소위 ‘老’란 결구가 정밀하고 체재가 高古하여 바위와 산봉우리가 높이 솟아오르는 듯하고 旌旗가 빽빽이 늘어선 모습을 이르는 것이며, ‘小’란 기도와 체모가 充和하고 標格은 단아하고 빼어나며 많은 滋味와 여러 가지 풍류가 깃든 것을 말한다. ‘老’하면서도 ‘小’하지 않으면, 비록 古拙峻偉하더라도 풍부하고 무성하며 수려한 모습이 적다. 반면에 ‘小’하면서 不老하면 婉暢纖姸하면서 沉重典實한 맛이 결핍되어 보인다. 이 두 가지 즉 ‘老’와 ‘小’가 혼연일치 되어서 서로 對待되어야 높은 경지의 서법을 이룬다고 項穆은 말하였다.

 

부연해서 풀어보면 老란 蒼勁·凝練·古拙·平淡·簡朴·自然의 경계를 이르는 것이요. ‘小’란 姿媚·秀麗·逎美·綽約·精致·濃艶의 풍격을 말한다.

蒼老란 魯莽粗率이 아니며 또한 疏硬骨枯도 아니다. 滋味란 油滑俳㒓도 아니요. 甜邪熟鑑도 아니다.

 

소년에 가까운 사람이 글씨를 쓸 때 사람과 글씨가 아직 늙지 않았는데도 용필에서 덜덜 떠는 상태를 나타내어 스스로 蒼古한 냥 하는 것은 매우 可笑롭다. 또한 秀麗함은 妖邪하고 매끄러운 가운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古淡한 가운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소년시절의 作書는 姿媚가 橫出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점점 老熟해져서 곧 平淡의 경지가 조성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바야흐로 蒼勁한 가운데에서 滋味가 뛰어나오고 古雅한 가운데 천연의 운치가 넘쳐나는 것이니 이것을 진정한 ‘人書俱老’라고 한다.

 

『寒山帚談』에서 이르기를 “글씨에는 三品이 있는데, 庸·高·奇가 그것이다. 庸의 극치를 時라하고 高의 극치를 妙라고 하는데, 奇의 극치는 문득 알지를 못한다. 알지 못한다면 사물의 관건이 되는 天機는 매우 위험해 지니 학문이 넉넉해 져야 만이 이것이 救濟되고 알 수가 있어 高妙의 경지를 초극한다. 서법의 부족한 학식을 포괄적으로 救濟하면 高古의 높은 위치로 뛰어 오르기 때문에 어찌 野狐가 있게 되겠는가?”라고 하였다.

 

글씨를 쓸 때 가장 두려운 것이 庸俗 두자인데 時人이 여기에 뛰어들기 좋아하고 時俗을 쫓기를 애용하여 시속에 따라 流轉하고 時人은 書奴가 되어서 모두 俗態를 낼 뿐이다. 奇의 극치는 또한 雅와 俗의 二格으로 나뉘는데 그 사람의 학식이 풍부하고 넓으면 禮懷가 灑落하고, 또한 절실하게 전통 공력 가운데에서 나오면 奇하여도 怪異치 아니하고 방자하여도 서법에서 이탈되지 않는다.

揮灑할 때 능히 점획과 글자마다 사람의 뜻에 따라 나와서 모두 가슴속에서 流出되어 혹은 筆奇·字奇·超奇·格奇의 出沒이 無窮無盡하여 奇態가 橫出하기 때문에 어찌 능히 賤隸俗人들이 그 端倪를 살필 수 있겠는가?

 

만약 그 사람의 가슴속에 一點의 墨趣가 없이 放浪하여 스스로 放恣하여 이미 실제의 본령을 공부하지 않고 또한 俗된 것으로써 놀래주려고 奇趣만을 나타낸다면 狂態만 보여 주어서 참으로 野狐禪이 되고 마는 꼴이 된다. 글씨에서는 용필의 俗氣를 피하여야 하는데 俗氣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예컨대 粗俗· 惡俗· 村俗·嫵媚俗·趨時俗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粗俗은 可하다. 惡俗은 不可하며, 嫵媚俗은 전연 士大夫氣가 없으며 趨時俗은 一斗들이 말과 二升들이 대 그릇 같이 좁아 좀스럽고 쩨쩨하며 옹졸하기 그지없어 어찌 사람으로 처우 받을 수 있겠는가?

 

用筆이 草率하고 老莽하며 똥똥하고 더러운 것을 粗俗이라 하고 용필에서 행상이 기이하고 광채가 다양한 것 같지만, 전연 전통 필법이 없는 것을 惡俗이라 하고, 용필시 板刻生硬하고 독한 악취에 배인 것을 村朴輕浮하고 俳㒓하여 甛熟輕滑한 것을 嫵媚俗. 용필이 창의성이 없이 모방만 일삼고 다만 겉모습만 닮으려고 하는 것은 趨媚俗이라 하여 이들은 모두 俗病이다.

 

硏堂 同學이 소리 소문 없이 餘暇에 틈틈이 제작한 작품의 書品을 내가 閱讀하게 되었는데, 작품이 크기나 서체, 재료 등에 구애되지 않고 偶然欲書한 느낌을 순간적으로 받게 된 것이 첫 번째 느낌이었다. 나아가 더욱 신선한 것은 서풍이나 체재, 제재 면에 시속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우려 되었지만, 서법의 풍격이나 결자, 장법이 고전에서 유래 되었다는 것에 크게 안도 되었다.

연당의 서품을 대하고 순간 好不好를 떠나 서법의 구속에서 일탈 하려는 느낌이 확 들어서 전시 도록의 제목 또한 <硏堂逸墨展>이라 題하였다.

 

逸의 경지는 서화품평 풍격의 究極의 경지 이지만 감히 意趣의 游泳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해야 되며 이해를 불러일으키니 감히 逸字를 붙여 보았다.

朱長文은 『續書譜』에서 “한 예술을 取擇하여 그 경지를 칭하는 데는 별개의 區劃이 있어야 하는데, 傑出特立한 것을 가히 ‘神’이라 일컫고, 운용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히 妙라고 하고 俗態를 벗고 오류가 없는 것을 ‘能’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옛 사람들이 글씨를 품평할 때 高低雅俗의 品級을 정하는 始原은 漢나라 말엽에 인물을 품평하던 풍습이 그 濫觴이다. 『漢書·古今人表』에서 九品으로 사람을 논했으며, 魏晉六朝時期에 이르러 그 풍조가 더욱 무성하고 치열했다. 조위시기에 ‘九品中正制’가 설립되었는데, 이 풍조가 또한 문예영역에 파급되어 謝赫의 『古畫品錄』, 鍾嶸의 『詩品』과 心約의 『棋品序』가 서로 이어서 나왔다.

 

『書品』이 가장 빠르게 나타난 것은 南朝 梁의 庾肩吾로써 일반적으로 上·中·下의 등급을 나누어 구획 지었다. 당나라에 들어와서는 시대풍조가 轉하였고 또한 品格因素로 溶入되어 神·妙·能의 三品으로써 그 가장 일찍이 나타난 것은 張懷瓘의 『書斷』인데 유감스럽게도 神·妙·能의 三品이 이론상으로 그 개념의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주장문의 『속서단』에서는 그 개념이 드디어 涉及하였다. 다만, 위 인용문과 같이 그 말이 간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삼품에 대하여 劉小晴의 말을 빌려 시험 삼아 해석을 붙여 본다. 소위 “神品”이란 서예를 감상하고 품평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품급이다. 그 특점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필수적으로 고도의 필묵기교와 전통공력을 구비하고 고금의 서법을 博採衆長 大成하여 融會貫通하고 아울러 일종의 心手兩忘과 筆墨俱 化의 예술경계에 도달하여야 하며, 엄격한 법도 가운데에서 창작의 자유를 획득하는데 있다.

 

둘째: 일종의 天然逸出하고 妙趣를 반드시 구비하여 기운생동· 平和簡淨·不 激不厲·骨態淸雅함이 자연스럽게 冥契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반드시 常規를 超越·迷惑한 것을 버리고 변화하여야 하며, 意外之筆 로 우연히 神交하여야 天性으로 나타나서 사람들로 하여금 능히 교 묘함을 가히 엿 볼 수 없는 것으로 마치 張芝의 草書와, 王羲之의 行 書같이 기본상으로 이상 三個 特點을 구비해야 한다.

 

소위 “妙品”이란 ‘妙’는 좋고 아름답다(美好)는 뜻이다. 즉, 필묵이 超逸하고 運用이 精微하며 點劃이 妥貼(타당한 배치)이 되고, 結字가 均稱하여야 하며, 개성이 강렬하고 법도가 삼엄하면서 意趣가 여유로워야 한다. 마치 歐陽詢과 褚遂良글씨와 같다.

 

소위 “能品”이란 즉 법이 뛰어난 글씨다. 그 자취를 좇아서 원류를 窮究하고 생각하는 힘을 다 이르게 하여 精細하게 專攻하고 處處의 여러 書家에 도달하고 規矩를 잃지 않으며, 배움으로서 아는 자이다. 마치 孫過庭과 李邕의 書와 같다.

 

소위 “逸品”이란 곧 軼이다. 질이란 尋常범위 내에서 나와야 하며 縱任이 無方하여 마치 天馬行空하고 規矩법도의 굴레를 벗고 구속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일품은 사대부의 높은 정취와 맑고 깨끗한 의지와 기질이 있어야 하며, 또한 일종의 物外의 초연한 자연적 逸氣가 있어야 한다.

소위 “佳品”은 품평하는 여러 品級의 末流이다. 즉, 작품에서 깊고 두꺼운 傳統 功力이 있는 것을 지칭하고 또한 純熟의 筆墨技巧가 있어야 한다. 다만 작자의 강렬한 예술개성과 독특한 예술풍격은 없으나 소위 古法의 迹象을 墨守하고 門庭이 雅淡한 것을 이른다. (墨守迹象雅有門庭)

 

以上의 五條로써 능히 모두 “入品”되어 狂怪姸媚하고 甛邪俗賴之書로서 縱負時名에 이르며, 眞鑒하기 어려워 품격의 流에 들어 갈 수 없고 품평하기에 부족함이 있는 것도 있다.

 

三品의 格外에 위치하는 逸品은 逸趣·逸格·逸品·逸筆·雅逸·淸逸·高逸 등으로 서화의 품격을 평하는데 소위 逸格의 根源을 遡推해 보면, 唐代 李嗣眞이 『書後品』에서 逸品이라는 용어를 제시하였고 그 뒤 주경현은 『唐朝畵品錄』에서 “ 장회관의 神·妙·能의 品으로 그 등급을 정하고, 다시 이를 上· 中· 下로 나누었는데 그 格外에 常法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또한 逸品이 있으니 이것으로써 優劣을 나타낸다.”고 하였으며, 북송의 황휴복은『益州名畵錄』에서 “그림의 逸格이란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方圓의 規矩가 稚拙하고, 彩會의 精硏鄙嗇하지만 간단한 필선으로도 형태를 갖추고, 자연스러움을 얻었으니 모범되는 법식이 되지 않더라도 意表를 나타내었기 때문에 畵目을 逸格이라할 뿐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中唐과 五代 사이에 나타난 逸品畵格으로 비롯된다.

王摩詰의 水墨山水로부터 시작되어 王洽(墨)에 이르러 그 가치를 더한 南宋의 頓悟思想과 宋僧 牧谿의 禪宗山水畵風의 沒骨水墨法, 梁楷의 減筆人物畫法을 창안한 점이며, 이후 明末淸初의 遺民畵家인 八大山人· 石濤· 石谿등의 落筆縱橫하는 野逸畵와 隱逸畵로 발전하여 揚州八怪에 이르러 그 절정을 이룬다.

 

逸格의 根源은 常法으로부터의 逸脫이며 張璪의 外師造化 中得心源으로 超以象外의 逸趣와 形寫보다 心寫를 重視한 서화풍격을 말한다.

 

이상으로 개괄적이지만 서화의 品格 및 品級의 始原을 개괄해 보았으며, 硏堂의 書品에서 이렇게 類似해 보이는 逸趣가 다소나마 드러나 보이기에 이렇게 逸墨이란 意象을 區劃지어 보고 또한 앞으로의 더욱 勸勉하도록 皷勵하는 情을 表하는 것이다.

이번에 展出되는 硏堂의 書品에서 縱逸한 용필법과 參差한 行列 배치및 과감한 太細의 점획처리 無作意 등에서 창의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에 높이 살만 하다. 小品에서 精靈을 나타내려면 巨碑大作의 經驗을 쌓아야 할 것도 반드시 留念 바라며 이번 개인전의 大成을 빈다.

 

壬辰 仲秋 太華山下 寒燈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