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 / [다만 흘러가는 것을 듣는다]
툇마루에 앉아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당 한쪽 햇살이 뒤척이는 곳 저것
내가 무심히 버린 놋숟가락 몸이 부러진
화순 산골 홀로 밭을 매다 다음날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
마루 위엔 고추며 채소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 백만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검정 고무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지
마을 사람들이 그 돈으로 관을 마련하고
뒷일을 다 마쳤을 때 그만 넣어왔다
피붙이도 없던 그 놋숟가락 언젠가 이가 부러져 솥 바닥을 긁다가
목이 부러져 내 눈 밖에 뒹굴던 것
버려진 것이 흔들리며 옛일을 되돌린다.
머지않은 내일을 밀어 올린다.
가만히 내 저금통장을 떠올린다 저녁이다
문을 닫고 눕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